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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도 절로절로 ◇

관리자

2021-05-07 11:41:48, 조회 : 17, 추천 : 8

천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山) 절로 수(水) 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 중(中)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이는 김인후(金麟厚)가 지은 자연가(自然歌) 이지요

푸른 산도 자연이요, 푸른 물도 자연 그것이로다.
(순리에 따라 만들어진 자연)
산도 자연이요 물도 자연인데, 그 산수 사이에 살고 있는 나도 자연 그것이로다.
(산과 물처럼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화자)
이러한 자연 속에서 자연대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자연대로 하리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라고 늙는 인간)

이 시조를 읽으면 왠지모르게 마음이 푸근해 지지요
자연가(自然歌)라 ...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노래 아닌가?
자연은 만물의 섭리(攝理)로 누구나 순응해야 하는 존재이지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을
'산수간에 나도 절로'라는 구절에서 분명히 드러내고 있어요
이러한 삶의 자세는 동양의 전통적 사상이라 할수 있으며
마음이 너그럽고 사소한 일에 구애받는 일이 없는 정신적 경지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이 시조는 'ㄹ'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유음(流音)으로서
물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경쾌한 리듬을 창출하고 있으며
시의 주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표현의 묘(妙)를 구가(謳歌)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동양적 전통이라 할수 있는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있지요

도가(道家)의 무위사상(無爲思想)
즉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위하고
인위(人爲)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상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지요
그런 삶을 영위하려면 마음이 부드럽고 사소한 일에 구애됨이 없어야 하지요
바로 그 느낌이 시행의'절로절로'에서 배어 나오고 있어요

自然歌 <金麟厚>

靑山自然自然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山水間我亦自然
已矣哉自然生來人生將自然自然老

<河西全集續集>

청산자연자연 녹수자연자연(靑山自然自然綠水自然自然)
산자연수자연 산수간아역자연(山自然水自然山水間我亦自然)
이의재자연생래인생 장자연자연로(已矣哉自然生來人生將自然自然老)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푸른 산도 자연이고 흐르는 물도 자연이다.
산도 자연이고 물도 자연,
이 산과 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또한 자연 그것이다.
이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몸이니 늙기도 자연에 맡기리라는 노래이지요

자연을 읊은 수많은 시조 중에서도 함축미가 뛰어난 노래인데
요즘처럼 자연과 그 질서를 배반하고
반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시퍼런 법문같은 질타(叱咤) 이지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되찾으려면 이와 같은 자연의 순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요

산이 깎이어 허물어지고 숲이 사라지고 강물이 말라붙고 들짐승과 새들이 사라진
그 빈자리에 사람만 달랑 남아 살아 갈수 있을까요?
자연이 소멸된 황량한 공간에서 컴퓨터와 TV와 가전제품과
자동차와 휴대전화와 오락기구만을 가지고 사람이 온전하게 살아갈수 있을까요?
푸른 생명체는 없고 무표정한 도구만이 가득한 환경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늙고 제 명대로 살다가
익은 열매가 가지에서 떨어지듯이 자연스럽게 죽을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하지요
5백년전 이 땅에서 살다 가신 옛 어른의 노래를
오늘날 되새겨 보는 뜻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이 시조는 조선조 현종때 이조판서를 지낸 하서(河西) 김인후가 지은 것이지요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송시열의 작품이라고 했지만
‘하서집’에 「자연가(自然歌)」라는 한시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김인후가 읊은 노래임이 분명하지요

이제 내일이면 설날이니 자연가의 "절로절로"처럼
누가 주지 않아도 또 한살의 나이를 먹게 되지요
나이를 먹는다는것
이는 나이값을 하라는 뜻이지요
나이값을 하라는 것은 매사 진중(珍重)하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제 새해부터는 매사에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숙고(熟考)하여
나이값하는 진중(珍重)함을 보이시기 바래요

-* 언제나 변함없는 일송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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