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시작을 하면 반은 한 거나 다름없다는 말로 시작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서는 “계획이 전부다”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은 계획이 잘못되면 끝까지 잘못된 채로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계획을 하고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하여야 건축물이 완공이 되는 것이라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계획이 잘못되면 건축물은 잘못된 상태로 남아있게 되기 때문에 계획이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설계가 잘못 되었거나 시공이 잘못된 부분은 후에라도 수정을 하면 그만이지만 계획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수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포에 있는 3층짜리 규모의 다가구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 하기 위하여 현장 점검을 하게 되었다.
땅의 모양이 입구가 좁고 안으로 가면서 넓어지는 호리병 모양의 삼각형 형태라 건축물도 땅의 모양에 맞추어 최대한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모양으로 건축이 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바로 계단 진입이 가능하여 2층,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편리한 구조로 설계가 되어진듯하였다.
그러나 이 건축물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할 것을 생각하니 상업공간의 입구가 되는 전면에 계단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상가가 있는지도 모르게 되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3면이 다른 건축물들로 둘러 쌓여있는데 전면마저 계단실로 막혀 있으니 상가가 아닌 주택의 상태에서도 4면이 꽉 막혀있어 일단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굳이 용도변경을 하자면 대수선을 동반하여 전면에 위치한 계단을 뒤쪽으로 옮기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라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건축 계획이 잘못되어 시공 상에 또는 사용상에 커다란 문제를 않고 지내야하는 건축물들을 종종 보게 되면서 건축에서는 “계획이 전부다”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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