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아프면 잇몸으로 살 수가 있다'고 했다. '잇몸'으로 음식을 씹고 삼는 것이 '이'로 씹고 삼키는 것보다 나을 리는 없겠지만 서울 신림동에 사는 '학원사장님' 김광훈씨(가명)는 오히려 '잇몸 재테크'로 덕을 톡톡히 봤다.
학원건물을 운영해 왔으나 IMF 이후 뜻한 바대로 안돼 머리를 짜고 아이디어를 냈더니 그만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 때 생각만 하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그래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해!"
◆ 학원수강생은 줄고 놀릴 수는 없고= 김씨의 건물은 모두 5개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을 운영했고 몇년 전까지는 돈도 좀 벌었다. 헌데 최근 2년여 전부터 학원수강생이 부쩍 줄더니 지난해 6월쯤에는 4~5층 2개층(135평)은 아예 놀릴 판이었다. "이걸 어쩌나!" 비워 두자니 손해나 너무 크고, 채우자니 여간해서는 학생들이 다시 올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한두달을 보내 봤으나 학생들이 돌아 올 기미가 없다. "할 수 없구나! 방법을 찾아보자." 다행히 당시 건설교통부가 다가구주택 건축기준을 대폭 완화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용은 '3층 이하-19가구 이하'로 제한됐던 다가구주택건축기준을 '건물 층수에 상관없이 3개층-19가구 이하'로 완화하기로 한 것.
김씨의 5층짜리 건물에도 다가구주택을 넣어 임대할 수가 있다는 얘기였다. 즉시 전문업체와 상의에 들어간 결과, '화장실과 주방이 딸린 7평형 15가구, 10평형 3가구 등 모두 18가구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투자비의 2~3배를 벌다= 김씨의 성격은 속전속결형. "결정할 때까지는 신중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밀어붙이는 성격입니다." 김씨는 즉시 전문가와 함께 투자비를 뽑아 봤더니 예상공사비는 평당 130만원으로 모두 1억
7550만원. 예상 임대수입은 7평형이 가구당 2500만원, 10평형이 가구당3000만원으로 모두 4억6500만원. 투자비 대비 임대수입이 무려 2.65(265%)배에 달했다.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 학생과 독신 직장인층을 공략하자= 김씨는 즉시 전문업체와 함께 건물개조(리노베이션) 콘셉을 잡았다. 담당 실무진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보름 만에 사업계획서와 설계계획이 나왔다. 개조 테마는 '학생이나 독신자를 위한 다가구 원룸주택'이었다. 즉시 공사에 착수했다.
우선 채광이나 환기를 고려해 모든 방들은 창문에 면하게 배치하고 가운데를 복도로 만들었다. 5층은 층고가 높아 중이층으로 계획해 보다 많은 수납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7평형과 10평형 등 두가지 유형으로나누면서 큰 평형에는 별도 주방과 화장실 공간을 넣었다. 임대를 고려한 배려였다. 방 구분은 경량 칸막이를 이용하고 단열재 등을 충분히 사용해 방음이나 단열효과를 높였다. 벽지는 밝은 톤을 가져갔고 바닥재는 우드륨을 이용했다. 공사착수 후 2개월 보름 만에 공사가 끝났다.
입주자를 고려한 설계-시공은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원이 '신세대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어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개발성공사례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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